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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부문-최우수상] 눈보라가 몰아치는 흥남부두

돌봄희망터 2015-10-23 16:28:12 조회수 2,593
 
 
 
 눈보라가 몰아치는 흥남부두
 
-92세 할머니 사례-
 
 
요양보호사 이영숙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환우들을 위한 종교 프로그램이 있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기독교 환우를 위한 예배가 끝나고 돌아온 00씨가 자연스레 가지않고 믿지않는 환자들이 묻는 질문에 답하게 되었다. 참고로 00씨는 65세밖에 안된 강박증 환자이다. 00씨는 종교를 갖고 있던 아니던 교회에 나가 하나님을 믿고 천당을 가라고 열심히 오늘 들은 목사님 설교를 전하려고 애를 썼다. 소변줄(폴리)을 끼우고도 늘 화장실을 가셔야 한다고 보채는 치매환자인 000어르신이 휠체어에 앉아 되받아쳤다.
 
 “천당 만당 많이 가라이 뉘기 천당간지 만당 간지 아는가? 내 구십넘게 살아도 모두가서 아이오니 어드메로 갔는지 어찌아오? 그저 지평생 산대로 가는기지비...” 분위기가 썰렁해지기 전에 얼른 내가 끼어들었다.
 “어르신! 천당이 없을까요?” 눈높이로 꿇어앉은 내 두 손을 잡고 어르신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있는지 없는지는 내는 모르오. 그러나 있다고 믿는게 좋잲겠쏘?” “그럼 천당은 어떨까요?” 내가 재차 주위에서 귀를 쫑긋 세운 어르신들은 의식하며 물었다. “거저 불 안써도 어둡잲고 햇빛나도 뜨겁잲고 바람불어도 춥잲은 곳 아니까?”
 
지막으로 지가 다 살아서 행한대로 간다고도 하셨다. 말씀이 끝나자 여기 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00씨는 당연히 지금 그 말씀은 성경에 있나고 물었고 다른 어르신은 천수경에 있다고 하셨다.
또 금강경에서 보았다는 이도 계셨다. 000이 어르신은 누가 듣건 안 듣건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시고 늘 혼자 소리를 하신다. 그런데 그 혼자 소리를 가만히 귀 기울이고 들어보면 그냥 중언부언하는 소리가 아니다. 자신의 평생을 읊어대는 것이다. 흡사 조상의 역사를 잊지 않기위한 인디언의 노래처럼...
 
 대략 들어보면 “내가 1.4 후퇴때 흥남부두에서 아 새끼 셋을 양손에 매달고 한 달도 안된 셋째놈을,” “거저 강아지 새끼만하오 얼려 죽일까봐 햇솜으로 폭 싸서 입김 호호 불어가며 젖가슴 사이에 품고 포대기줄을 목에 걸고 배를 탔는데 아이 아 새끼 울면 배에 탄 사람 다 죽는다고 아 에미나이들은 타지 못하게 했소. 그래도 아 새끼래 워낙 작아노니 그저 없는척하고 배 탔소, 살면 살고 죽으면 죽자고. 배가 어드메쯤 왔는데 무엇이 물속에 풍덩풍덩 들어가는 데 자세히보니 어린 핏덩이들이오. 숨맥혀 죽었는지. 쥑였는지. 아 에미짓은 아이겠지.
   무서원서 벌벌 떨리고 간이 다 오그라 붙잲겠소. 그래도 우리 아 새끼래 살라고 그랬는지 기운없어 그랬는지 가슴 속에서 잠만자오. 배고파 울까봐 거적대기 화장실에 들어가 살며시 젖꼭지 물리고 누가 들어 올까봐서리 밑 닦는척 할라고 검불을 쥐니 난 처음엔 쥐새끼인 줄 알았소 차마 물구덩이에 던질 수 없으니 누가 검불밑에 핏덩어리를 넣어 놨습디다”
 
  훗날 이 배짱좋은 할머니는 이남땅 강남에 사시면서 검소함과 부지런함 이재에 눈이 밝아 한 재산을 일구셨단다. 밤에 화장실을 가시다가 켜 놓은 선풍기 줄에 걸려 넘어져 갈비에 금이가서 치료중 치매가 오셔서 요양원에 오시기 전까지 이 어르신은 남동공단에 자리한 큰 아드님의 공장에서 식당일을 도맡아 하셨다고 한다.
  치매가 있으신지라 가끔 요양원과 아드님 공장을 혼동하셔서 “00아범아 마당에 차 대라이 배추김치가 떨어졌다” 라든가 이북에서 나오실 때 ‘새우젓 단지에 명란을 담가 놓은 것 그 누가 꺼내먹어도 먹었을 것이다’는 걱정 식당 밥솥에 붙은 밥은 물을 살짝 끼얹어 광주리에 받쳤다가 새 밥을 할 때 위에 얹으면 절대로 밥알을 버릴일이 없으니 배 고프면 열 번을 먹어도 상관없으나 한번 밖에 안먹어도 남기는 사람은 두 번 보기 싫으니 날 보고 감시 잘 하라는 둥 치매환자라고 허트이 들을 말이 아니다. 어느날도 여느때처럼 장남 내외가 좋아하시는 감자찌고 반찬 만들어 오셨다.
 
  소변량이 줄어서 탁해지므로 식혜를 좀 드시게 했더니 원상으로 돌아오셨고 아침에 변비가 심하셔서 좌약을 넣으며 만져보니 돌덩이가 들어 앉은데다 허리들이 휘면서 골반도 휘는지 노인환자 대부분이 항문안에 골반턱이 있어 휘여 들어가니 약도 별 효과가 없어보여 변기에 앉혀놓고 힘을 주실때마다 항문안을 손끝으로 포도송이 떼어내듯 둘이서 30분을 씨름하였는데 어르신표현으로는 시원하기야 쌍둥이 낳은 듯 가볍다고 하셨다.
 
  오후쯤 되면 오전일도 잊게 마련인데 오늘은 총기가 좋으신 듯 가족앞에서 내 두손을 잡고 내 이사람에게 너무 고맙다고 우리집 옥상에 데려가 삼겹살 구워서 밥 해주라고 신신당부 하셨다. 또 어떤날은 사람들이 잠도 아니자고 너무 고생한다고 이 사람들 고생하는 걸 보니 내 새끼들도 나가서 저리 고생할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흐느끼시어 재벌아들 내외가 민망해하셨다. 망각의 병 치매도 어르신에게는 과거를 희미하게 할 뿐이다.  
  어제도 오늘도 어르신은 아 새끼들 붙들고 바람부는 흥남부두를 떠나신다. 붙들려 죽을지 모르는 초조함 한 자식이라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목숨 건 긴장감이 어르신의 상태를 나쁘게도 하고 좋게도 한다. 몹시 예민하게 나쁘게 할 때에는 휠체어에 태워서 모시고 다니면서 다른 어르신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자꾸만 침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실 때는 그 시절 그 이가 손 잡고 떠나야 하는 또 다른 자식으로 돌아가 주면 된다.  "어르신! 어르신이 자꾸 일어나서 밖에 나가려고 하시니 제가 너무너무 힘들어요. 우리가 쉬어보게 잠이 안와도 좀 누워계실래요?" “아이고 그랬냐? 내 가만히 있을테니 가서 자라”그러나 곧 잊어버린다 해도 흥남부두 치마폭에 감싸안은 어머니, 모정의 측은지심은 늘 유효하다.
  입소하신지 7개월째 뿌리깊은 거목도 겨울이 온 줄 알고 잎을 떨구듯 어르신이 하루하루 기력이 쇠하시다. 거목이야 내년 봄을 기약한다지만은 인생이야 한번가면 끝장인 것을 이 어머니의 전설을 몇 대까지나 기억하려나...
 
 
 
위 글에 대하여
●정서지지: 위에 어르신들은 종교가 다 다르다. 연세가 높거나 치매가 있으시게 되면 타 종교에 상관없이 남이 가면 당신도 휠체어에 태우라고 성화시다. 스님이 오신날은 기독교 신자가 합장하고 인사하고 목사님이 오신날은 평생을 절에 다닌 불자님도 할렐루야 아멘을 하신다. 천주교에서 오신날은 묵주를 받으시고 스님이 오시면 손목 염주를 또 받으신다.
그래서 묵주 염주가 한 손목에 여러개를 걸치신 분도 많다. 돌보는 이 중에 시누이가 스님이라고 퇴근만하면 그곳으로 가시는 분이 계셨다. 묵주와 염주를 한 손목에 걸고 계시는 어르신에게 다가가 두 종교가 충돌하면 안되니 염주이던 묵주이던 하나를 빼어 자기를 달라고 하였다. 난 장난끼 부리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집요하게 종교를 내 세우니 당신 종교 부정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진짜는 아니지만 때깔고운 진주묵주를 빼주지도 못하고 주기는 싫고 마음상해 벽만 바라보고 계실때에야 아! 장난이 아니구나 그 이를 나무랐다.
어르신이 평안하고 행복하면 그게 그분의 종교이다. 그 분이 검은 것을 희다고 하면 흰 것이 되고 검다고 하면 검은 것이 되는 것이다. 돌보는 이도 자기 종교에 입각하여 모든 종교를 아우를줄 알아야 한다. 우리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돌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해진 환자에게 어떤 종교이던 정서지지 측면에서 종교만한 것도 없다.
 
●수지관장: 수지관장(손가락) 누구에게나 함부로 할 수 없다. 항문 주위의 혈관은 변비에 힘만 주어도 터지도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시설에서 3-4일마다 스스로 변을 보지 못하며 관장을 한다.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먹이기도 하고 좌약으로 넣기도 하고 그래도 안 나오면 간호사에 의해 글리세린 관장이나 수지 관장을 하는데 이때에도 좌약을 넣은 상태에서 배 맛사지도 좀 해보고나서 간호사나 간호사 지시에 따라 노련한 요양보호사가 글러브에 충분한 글리세린을 묻혀 실시한다. 제일 긴 중지를 넣는게 좋겠고, 위에서 언급한 변기에 앉혀놓고 포도송이 떼듯 했다고 한 것은 엄격히 말해 수지관장이 아니다.
사람마다 변의 특색이 있는데 모시는 몇분의 어르신들은 대변이 이 어르신처럼 방울방울 알알이 맺혀 힘을 주셔도 항문을 반쯤나와 막히니 그것을 말 그대로 툭 떨어내는 것이다. 어떤 분은 시냇가에 곱돌처럼 굳어서 매끄러운 분도 계시다. 모시는 어르신의 의식이나 몸상태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따라 관계자와 상의한 후에나 결정한다.
 
●사고주의: 선풍기줄, 전선줄, 화장실 미끄럼방지 식탁의자 넘어짐(밥상을 차려드리도록) 침대낙상, 모서리에 미리부딪힘, 떨어질 때 골정, 위에 어르신처럼 작은 사고가 치료과정서 힘이 들어 치매로 이어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