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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4.6.2) [취재일기] 노인 요양시설, 안전이 우선이다

돌봄희망터 2014-06-02 11:40:22 조회수 3,328
 
[취재일기] 노인 요양시설, 안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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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북 포항 인덕요양원 화재 사건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새벽의 화재가 70~90대 노인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흔하디 흔한 스프링클러가 없는데 놀랐고, 화재경보기 설치가 의무가 아니란 사실에 또 놀랐다. 지난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요양시설 안전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드러났다. 인덕요양원 사고의 판박이였다. 4년 전에는 요양시설, 이번에는 요양병원이란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요양시설은 노인거주시설, 요양병원은 의료시설이다. 관련 법률이 다르고 안전 기준이 다르지만 둘 다 치매·중풍 등을 앓는 노인들을 돌본다는 면에서는 같다. 4년 간격으로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급조된 고령화 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은 고령화 대책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라 2001년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대응책으로 태동했다. 요양시설에 가도 될 만한 만성질환 노인이 값비싼 일반병원 병상을 차지하는 상황을 건보 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봤고, 이를 손보기 위해 노인요양보험을 도입했다.

문제는 인프라 구축이었다. 병원 서비스를 못 받는 노인 환자를 받아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필요했다. 자칫하면 보험료는 내고 서비스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길 우려가 컸다. 2004년 말까지 요양시설이 한 곳도 없는 시·군·구가 경기 양평, 강원 평창 등 31곳이나 됐다. 단시간에 시설을 늘리기 위해 민간 참여를 유도했다.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안전이나 인력 기준을 덜 까다롭게 낮춰줬다. 규모가 작으면 스프링클러·자동화재탐지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심지어 모텔(러브호텔)을 요양시설로 개조하도록 허용했다. 건물 내 층수 제한도 두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인력을 늘리는 데 급급해 화재 예방 교육은 할 겨를이 없었다. 영국의 노인 요양보호사들이 교과 과정으로 소방서에서 화재 예방 훈련을 받는 것과 대조된다.
낮은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런 ‘묻지마 안전정책’이 이제는 노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세월호는 경제성을 위해 안전을 희생했고, 그 결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았다. 이번 요양병원 화재도 세월호 참사와 다르지 않다. 지금도 치매·중풍·파킨슨병 등을 앓는 노인 25만 명이 노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위험한 밤을 보내고 있다. 요양시설은 포항 인덕요양원 화재 사건 이후 안전조치가 일부 보강됐다. 요양병원은 더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뒤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을 ‘참사 입법(codifying by catastrophe)’이라고 부른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은 뒷북 대책이라도 제대로 된 걸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