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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2014.6.2) [안전 사각지대 요양병원] 치매환자 26%는 집에서 생활… 가스불·車 등 곳곳에 시한폭탄

돌봄희망터 2014-06-02 11:32:15 조회수 3,133
 
[안전 사각지대 요양병원]
 
치매환자 26%는 집에서 생활… 가스불·車 등 곳곳에 시한폭탄

수용 못한 在宅 환자들

가스불 켜놓고 깜빡하는 등 예상 못한 행동으로 안전 위협
"초기엔 집에서 생활 가능하게 가정 내 안전장치 마련하고 독거노인 관리案도 만들어야"


	재택 치매 환자 안전하게 돌보는 수칙 정리 표
치매 앓는 아내(75세)를 위해 수년간 병시중을 하고 있는 남편 김기섭(가명·76·서울)씨는 아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아내가 화장실 가겠다며 승용차 문을 열려고 한 경우도 있었다. 김씨는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실례'하게 한 적이 몇 번 있었다"며 "고속도로 운전 중에 갑자기 아내가 돌발 행동을 하면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다. 김씨는 "아내가 지금보다 거동이 자유롭던 때는 가스불을 켜놓고 깜빡해 집에 불날 뻔한 적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지난 28일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에서 경증 치매 환자의 방화로 큰불이 나면서 치매 환자의 안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치매 환자가 대거 머물고 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의 안전 관리도 문제지만, 가족들이 돌보는 치매 환자 안전 관리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분당서울대병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57만6000여명이다. 올해는 61만2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올 4월 현재 정부의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치매 환자는 18만6000명(30.4%)이다. 이렇게 정부에서 제공하는 최소한의 관리라도 받고 있는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치매 환자 42만6000명이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들은 개인 형편에 따라 요양병원에 입원 중일 수도 있지만, 진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을 가능성도 높다. 정확한 정부 통계는 없지만, 2013년 말 현재 요양병원 입원 환자가 34만명, 요양원(요양 시설) 입소자가 11만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치매 환자 61만여명 가운데 최소 16만명(약 26%)은 집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원도에 사는 박기일(가명·71)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기억력이 크게 나빠지지 않아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박씨 가족은 늘 조마조마하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에 빠진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한시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는 탓이다. 박씨 아들은 "일흔 노인인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시는지, 어머니가 온몸에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8주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가정간호센터 최비아 간호사가 치매 환자 할머니(88세)의 서울 우면동 자택을 방문해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가정간호센터 최비아 간호사가 치매 환자 할머니(88세)의 서울 우면동 자택을 방문해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대한치매학회 나해리 이사(보봐스기념병원)는"흔히 치매 하면 기억력 감퇴와 판단력이 흐려지는 인지 장애만 생각하지만, 치매 증상은 환자마다 차이가 크다"면서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고, 예측 불가능한 돌발 행동 때문에 사고를 당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 환자의 폭력성은 약물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조절이 가능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충동 억제력이 떨어지는 것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큰 이유다. 이성적 판단과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전두엽의 기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평소 얌전한 사람도 치매에 걸리면 난폭하고 고집스럽게 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자꾸 환자의 잘못을 지적해 고치려고 하는데,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의 특성상 이성적 판단이 힘든데 자꾸 다그침을 당하면 오히려 감정이 폭발해 충동적,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초기 치매 환자는 병원이나 시설에 보내는 것보다 평소처럼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자는 가장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따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대신 환자를 가정에서 돌보기 위해서는 갖가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나 교수는 "가스불 자동 꺼짐 안전장치, 운전 금지 등은 기본"이라며 "특히 독거노인이 증가하는 만큼 이들이 치매에 걸렸을 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